이성구 의원

지난 2월 2일 오전 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명박(李明博) 시장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“출발부터 잘못됐다”고 비판했다.

“지난 대선 중반 충청도 표가 대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아래 충청 지역의 한 교수가 한 쪽짜리 제안을 노무현 후보측에 제출하면서 공약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. 인구 20만~30만명의 신도시를 개발하더라도 몇 년 간의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국가 백년대계를 이런 식으로 추진할 수는 없습니다.”

이 시장은 최근 노 대통령이 ‘천도’의 이유로 언급한 ‘지배세력 교체’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. “현 수도권은 조국 근대화에 기여했고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인프라가 몰려 있는 곳입니다. 이런 곳을 구세력의 근거지로 몰아가면 새 세력은 무얼 했다는 것입니까. 신ㆍ구 세력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망국적인 동ㆍ서 갈등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.”

이 시장에 따르면 외국의 경우는 우리처럼 기존 수도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시키는 추세라는 것. 프랑스는 그동안 특별지원이 없었던 파리를 EU의 대표 도시로 만들기 위해 법 개정과 정책 배려를 하고 있고, 일본은 작년에 기존의 수도권 규제법을 없앴다고 한다. 수도권을 규제하면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줄 알았지만 지금은 아예 외국으로 옮겨가 산업 공동화의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. 이 시장은 “국토의 균형발전은 경쟁력 있는 곳을 죽여서 얻을 게 아니라 전 국토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실현돼야 한다”고 했다.

이 시장은 “분단 후 30여년 간 헌법에 ‘통일조국의 수도는 서울’로 명시해 놓았던 북한이 충청도의 신행정수도를 통일 수도로 인정하겠느냐”며 “통일 후를 고려하면 서울과 평양이 1시간 거리에 있어 이 두 도시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인천공항과의 연계성도 좋은 서울 이북을 신행정수도로 삼아야 한다”고 주장했다. 특히 DMZ지역이 국가 소유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비용으로 친 환경적인 수도를 건설할 수 있다는 논리다.

이 시장은 “지난 연말 국회에서 통과된 신행정수도 관련법의 보완을 총선 이후 본격 제기할 것”이라며 “모든 가능성과 문제점을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”고 말했다.

정장렬 주간조선 기자(jrchung@chosun.com)